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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딸에 대하여 - <진짜 '딸'을 이해하는 여정>

by angel69 2025. 5. 1.

영화 딸에 대하여 사진

현실적인 모녀 갈등을 그려낸 '딸에 대하여'는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닌, 정체성과 차별, 그리고 인간 본연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이해란 무엇인지, 이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이 시대 ‘딸’의 정체성을 되묻다

‘딸에 대하여’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딸’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는 고정된 시선과 기대를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영화 속 주인공 ‘수진’은 여성 파트너와 동거하며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독립적이고 자기 정체성에 충실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어머니에게는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다. 이 영화는 ‘딸’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 있는 무언의 책임, 희생, 그리고 순응을 벗겨내고, 한 인간으로서의 자율성과 선택을 강조한다. 관객은 점점 수진에게 이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딸'이라는 존재가 가족의 역할만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젠더 편견과 가족 내 위계 구조를 성찰하게 만든다. 한편, 영화는 대사보다 시선과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한다. 수진의 어머니가 딸의 파트너를 향해 미묘하게 보이는 거리감, 식탁에 놓인 반찬의 수까지도 연출의 일부로 작용하며 관객의 감정을 이끈다. 현실의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영화 속 어머니 역시 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이 시대에 뒤처졌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 간극은 단순한 모녀 갈등을 넘어, 세대 차이와 세계관의 충돌로 확장된다.

침묵과 불편함이 만들어낸 진짜 갈등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은 ‘말하지 않음’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다. ‘딸에 대하여’는 직설적인 표현이나 극적인 대립 대신, 침묵과 회피로 갈등을 그려낸다. 어머니는 딸이 동성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은 때론 폭력보다 더 날카롭다. 수진 또한 어머니와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일상의 틈새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런 방식은 한국적 가족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믿는 문화,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상처들. ‘딸에 대하여’는 그 불편한 진실을 꺼내 보여주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가족에게 진심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혹은 누군가의 침묵 속에서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한 적이 있었는가? 특히 어머니가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노년의 동성 커플을 만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처음엔 거부감이 들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진심을 보며 점차 자신도 몰랐던 감정에 흔들린다. 이 장면은 어머니의 내면 변화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결국 이 영화는 ‘받아들임’의 진짜 의미를 묻는다. 사랑은 조건적일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가.

한국 가족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기존의 한국 가족 영화는 대체로 ‘화해’를 중심으로 한다. 극단적인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마지막에는 눈물과 포옹으로 봉합되곤 했다. 하지만 ‘딸에 대하여’는 그런 뻔한 공식에서 벗어난다. 이 영화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어머니와 수진이 모든 걸 이해하게 되거나,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장면은 없다. 오히려 영화는 ‘완벽한 이해’가 아닌, ‘서로를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 가족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억지 감동이나 감정 과잉 없이,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리얼리즘 감성이 인상 깊다. 덕분에 관객은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의 파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접근은 기존 가족 서사의 한계를 돌파하는 의미 있는 시도이며, 동시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담담하게 풀어낸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어머니와 딸, 두 여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젠더 감수성이 짙은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은 최근 한국 영화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존재가 중심이 되는 서사는 앞으로 더 많은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다.

‘딸에 대하여’는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기에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가족일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영화는 그런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짜 소통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감동적이거나 눈물겨운 장면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심은 조용히 스며들며,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