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개봉한 영화 어쩌다 결혼은 당시엔 조용히 지나갔지만,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개인의 선택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시대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비혼'과 '자기 결정권'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면서, 영화 속 설정과 대사, 캐릭터들이 다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죠. OTT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다시 조명받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왜 이 영화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비혼 시대의 동거 선택
영화 어쩌다 결혼은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를 비틀며 시작됩니다. 주인공 성석(김동욱)과 해주(고성희)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결혼을 선택합니다. 성석은 아버지로부터의 독립을 원하고, 해주는 세계여행 자금을 마련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듯 감정이 아닌 필요에 따라 시작된 결혼은, 기존의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는 틀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이 설정은 지금 시대의 결혼관 변화와도 무척 닮아있습니다. 요즘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오히려 혼자 사는 삶, 혹은 파트너와의 느슨한 연대 관계를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영화 속 해주처럼, 나를 위해서 결혼이라는 형식을 빌리는 태도는 이제 낯설지 않은 개념입니다. 이러한 스토리는 단순한 판타지나 비현실적인 로맨스가 아니라, 오늘날 현실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죠. 이 영화는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은 결혼도 가능하다”는 문제제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사랑, 결혼, 인생에 대해 보다 주체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마주한 결혼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시대를 앞서간 시도였고, 지금이야말로 그 메시지가 온전히 와닿는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상징하는 현실 대사와 캐릭터
어쩌다 결혼이 단순히 설정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와 그들의 태도 역시 관객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대표적으로 “결혼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생이 좀 더 편해지려고 결혼하는 거예요”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이처럼 현실을 직시한 대사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너무 이상화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인 조건과 감정을 고려하게 합니다. 또한 해주 캐릭터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수단처럼 사용합니다. 이는 단지 영악하거나 계산적인 성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선택한 것입니다. 특히 요즘 여성들이 추구하는 ‘자기 결정권’과도 일맥상통하죠.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로맨스 영화처럼 이상화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현실에 지쳐 있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합니다. 이런 생생한 캐릭터는 관객에게 '영화적 허구'가 아닌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상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OTT 시대, 입소문 타고 다시 빛나다
이 영화가 2024년에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OTT의 역할이 큽니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잠깐 상영되고 사라졌던 영화도, 이제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같은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뒤늦게 재발견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어쩌다 결혼도 그중 하나입니다. SNS에서는 "이거 생각보다 괜찮다", "지금 내 마음을 딱 표현하는 영화" 같은 반응이 늘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도 공감하는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고민 중이거나, 연애보다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금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이 영화를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에 대한 고민', '자기 결정권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본 사용자에게 이 영화가 자연스럽게 뜨게 되는 것이죠. 덕분에 영화는 유행을 따라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다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만큼 OTT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의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다 결혼은 처음엔 조용히 지나갔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비혼과 자기 결정권이라는 키워드를 담아, 결혼이라는 제도보다 개인의 삶과 방향을 중심에 둔 시선이 지금의 사회와 공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OTT와 입소문을 통해 다시 빛을 보며,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한번 시청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생각보다 더 큰 울림을 줄지도 모릅니다.